느림 La lenteur

작품

 

느림

원제 La lenteur

 밀란 쿤데라 | 옮김 김병욱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1월 13일 | ISBN 978-89-374-8408-7

패키지 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180쪽 | 가격 13,000원

 

 

 

 

 

 

 

 

 

 

 

 

 

 

 

■ 호텔이 되어 버린 파리의 옛 성,
그곳에서 펼쳐지는 18세기의 사랑과 20세기의 결투


 

 

‘나’ 밀란쿠와 아내 베라는 호텔이 된 파리의 옛 성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고 훌륭한 저녁 식사를 한 후 베라는 잠이 들고, ‘나’는 창가에 서서 이백여 년 전의 관능적인 사랑 이야기를 목격한다.
18세기 한적한 시골 성이었던 그곳에서 T 부인은 남편의 눈을 속이기 위해 정부인 후작 대신 한 젊은 기사를 식사에 초대한다. 남편은 뚱하게 식사를 마치고는 둘만 남긴 채 자리를 뜬다. 이때부터 그들의 밤이 시작된다. 그들은 정원을 산책하고, 정자에서 사랑을 나누고, 이른 새벽, 헤어진다.


한편 20세기의 이 호텔에서는 지식인 베르크와 뱅상, 체코 학자 체호르집스키가 각자 자존심과 명예, 쾌락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 베르크, 뱅상, 그리고 체호르집스키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는가?


베르크. 자신의 이미지와 명성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억지로 에이즈 환자에게 키스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던 그는 아프리카로 날아가 얼굴이 파리 떼로 뒤덮인, 죽어 가는 한 흑인 소녀 곁에서 사진을 찍고 시대의 위대한 어릿광대가 되는 길을 택한다. 쿤데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춤꾼들의 순교왕”이다. 어느 날 베르크는 호텔에서 열린 학술 모임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뱅상을 만난다.


뱅상. 그는 베르크를 “대중매체의 어릿광대, 엉터리 배우, 잘난 체하는 치, 춤꾼”이라 여겨 경멸한다. 뱅상은 감추어진 베르크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추한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지만 오히려 베르크에게 공격당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그는 모임에서 만난 여자 쥘리와 정사를 나누려 한다.


그리고 체호르집스키. 호텔에서 열린 학술회에 참석한 이 육십 대 체코 학자는 거대한 유럽 국가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조국 체코의 그림자를 어깨에 짊어진 채, 자신과 조국의 명예, 그리고 그의 “우울한 긍지”를 지키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어딘지 뒤틀린 채 방향을 잃은 이 등장인물들은 그날 밤 달빛 환한 수영장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고, 이들의 외로운 싸움은 절정에 달한다.

 

 

■ ‘속도’라는 엑스터시에 취해 버린 현대인, 그리고 ‘느림’의 미학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성에서 하룻저녁 하룻밤을 묵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 밀란쿠와 아내 베라는 옛 성이었던 호텔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미친 듯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도로에서 맞닥뜨린다.


오토바이 위에 몸을 구부리고 있는 사람은 오직 제 현재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과거나 미래로부터 단절된 한 조각 시간에 매달린다. 그는 시간의 연속에서 빠져나와 있다. 그는 시간의 바깥에 있다. 달리 말해서 그는 엑스터시 상태에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자신의 나이, 자신의 아내, 자신의 아이들, 자신의 근심거리 따윌 전혀 알지 못하며, 따라서 그는 두려울 게 없다. 두려움의 원천은 미래에 있고, 미래로부터 해방된 자는 아무것도 겁날 게 없는 까닭이다.
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다.

 

속도는 사람을 시간으로부터 해방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해방한다. 하지만 쿤데라에게 있어 이는 ‘긍정적’ 해방이 아니다. 마치 약에 취한 듯, 망각과 부정으로 점철된 해방이다.
호텔에서 벌어진 20세기의 전투와 18세기의 사랑은 작품 속에서 기묘하게 맞물린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조우하는 등장인물들. 무의미한 싸움을 반복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느리지만 감미롭게, 절대 잊히지 않을 사랑을 나누는 이백여 년 전 연인들. 쿤데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두 사건을 통해 ‘속도’라는 엑스터시에 취한 채 과거도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헛된 현대인들의 삶을 한탄한다.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쿤데라와 마그리트, 두 거장의 만남 — 쿤데라 전집만의 아주 특별한 품격

 

쿤데라 전집의 모든 작품 표지에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의 작품이 쓰인다. 마그리트 재단은 도서 등에 대한 마그리트 작품의 2차 가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쿤데라 전집에 대한 사용을 특별히 허가해 주었다. 또한 쿤데라 역시 마그리트 작품이 사용된 자신의 전집 표지 시안을 보고 “이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답다.(they are great, they have ever been. We saw everything and everything is more that wonderful.)”라고 격찬했다.
마그리트 작품의 신비한 분위기,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색채, 고정관념을 깨는 소재와 구조, 발상의 전환, 그 속에 숨은 유머와 은유가 쿤데라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이제껏 한국 문학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학 전집이 탄생되었다.

이로써 독자들은 쿤데라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얻어 새롭게 태어나는 마그리트의 작품까지 함께 소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쿤데라 전집 08 『느림』의 표지 이미지는 마그리트의 「피레네 산맥 위의 성」이다. 쿤데라 작품 속 배경이 옛 성인 것, 그곳은 현실과 과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불분명한 초현실적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하늘에 묵직하게 떠 있는 바위의 모습에서 마치 시간이 ‘거의 멈춘 듯이’ 흘러가듯 느껴진다는 점 등을 볼 때, 이보다 더 『느림』 에 잘 어울리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 차례
느림 7


▶ 역자 소개


옮긴이 김병욱
프랑스 사부아 대학교에서 현대시를 전공하고 성균관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
라의 『불멸』,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
가?』,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 에드위 플레
넬의 『정복자의 시선』 등이 있다.

불멸 L’immortalité

작품



불멸

원제 L’immortalité

 밀란 쿤데라 | 옮김 김병욱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11월 11일 | ISBN 978-89-374-8407-0

패키지 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552쪽 | 가격 16,000원

분야 밀란 쿤데라 전집 7













소설 속의 소설이요,

내가 써 본 것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

 

“지금 자네가 쓰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

“소설 속의 소설이요, 내가 써 본 것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될 거야.

자네 역시 그 이야기를 읽고 슬퍼할 걸세.”

“그 소설의 제목은 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 그 제목은 이미 써먹지 않았는가.”

“그래. 써먹었지! 하지만 그때 난 제목을 잘못 달았어.

그 제목은 지금 쓰는 소설에 붙여야 했어.”

작품 속에서

 

■ 불멸을 향한 인간의 헛된 욕망과 그 불멸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고독

 

오늘날 사람들이 괴테의 젊은 연인이자 그와 숱한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적 유희를 나누었던 뮤즈로 기억하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바로 베토벤의 연인이었으며 아힘 폰 아르님의 부인이기도 한 베티나 폰 아르님이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 곁에 머물렀던 베티나, 그녀는 과연 정말 그들을 사랑했을까?

예순 두 살의 괴테는 지적이며 야심찬 스물여섯 살 베티나를 만난다. 베티나는 끊임없이 괴테 주위를 맴돌며 자신의 존재를 그에게 각인한다. 하지만 괴테는 베티나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사랑이 아니라, 그의 명성을 통한 불멸임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죽음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끼던 노년의 괴테는 그런 베티나를 받아들일 수도 내칠 수도 없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결국 베티나는 괴테의 젊은 연인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된다.

 

불멸을 향해 베티나가 던지는 몸짓은 아녜스에게서 로라로, 로라에게서 다시 폴로 이어진다. 이때, 인간이 불멸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인간은 베티나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길 원하거나(“나는 현재와 더불어, 현재의 온갖 근심과 더불어 사라지길 거부한다. 나는 나 자신을 초극하여 역사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역사는 영원한 기억이기 때문이다.”작품 속에서) 로라처럼 주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길 원한다.(“그리고 비록 작은 불멸을 희망할 뿐이지만, 로라 역시 같은 것을 원한다. 자기 자신을 초극하고 자신이 겪는 불행한 순간을 초극하여, 자신을 알았던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머무르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작품 속에서)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그리하여 불멸하기를 원하는 로라는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더해 간다. 언니 아녜스의 몸짓을 따라 하고, 언니처럼 선글라스를 즐겨 끼되 그것을 자신의 슬픔과 고통의 은유로 포장하며, 실연을 핑계로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등, 로라는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자신을 기억하길 욕망한다.

하지만 욕망을 꿈꾸는 인간들이 잊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불멸은 ‘죽음’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죽은 사람은 죽는 바로 그 순간 모든 권리를 잃어버린다. 어떤 법률도 이제 중상으로부터 그를 보호하지 않으며 그의 사생활은 사적이길 멈춘다. 사랑하는 이들이 그에게 보낸 편지들, 어머니가 물려준 추억의 앨범 등 그 무엇도, 그 어떤 것도, 이젠 그의 것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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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과 그 후 이어진 불멸을 두고 작품 속에서 헤밍웨이는 “불멸이 나를 두 팔로 꽉 끌어안는 걸 확인한 그날, 내가 맛본 공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했죠. 사람은 자신의 삶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불멸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입니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불멸은 이렇듯 고독하고, 그렇기에 불멸에 대한 욕망은 허망하다. 살아 있는 매 순간, 살아가는 매 순간 인간은 고독하기 때문이다.

 

 

■ 셀 수 없는 얼굴 속에 갇혀 버린 고독한 자아

―세계와 단절된, 혹은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현대인의 초상

 

아녜스는 사람들과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거리에 서서 가닥가닥 날카로워진 신경의 끈이 끊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맛본다. 거리를 걸을 때 마주 오는 사람들은 절대로 먼저 길을 비키지 않는다. 그들의 눈빛은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적개심으로 번뜩인다. 아녜스는 이 “한계를 넘어선 세상”에서 물망초 가지를 하나 들고 밖으로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세상이 오직 그 ‘이상한’ 물망초로만 자신을 기억하길, 그리하여 자신에 대한 흔적이,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지길 바란다.

 

그녀는 꽃 장수에게서 물망초 한 가지를 살 것이다. 가는 줄기 끝에 작은 꽃이 달린 물망초 딱 한 가지만 사서, 얼굴 앞에 세우고 외출을 할 것이다. 그녀에게 쏠리는 시선이 그 예쁜 푸른 점 외에, 이제 사랑하기를 그만둔 이 세상에서 그녀가 보존하고 싶은 그 최후의 이미지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보지 못하도록 말이다.-작품 속에서

 

“자기 삶의 한 순간이 다른 모든 순간들처럼 없어져 버리지 않고 세월의 흐름에서 뽑혀 나와, 어느 날 어떤 빌어먹을 우연이 그것을 요구하는 날, 마치 서투르게 매장된 주검처럼 되살아나리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뇌를 쉬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그녀는 동생 로라와는 달리, 자신을 다른 이들과 구별해 주는 독특한 몸짓, 말투, 이미지 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스스로를 삭제해 간다.

 

그 무렵,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그러다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한 한 여인은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도망치기 위해 한 외곽도로 한가운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차량 몇 대가 그녀를 피해 가려다 도랑에 처박히거나 나무와 충돌한다. 이 여자의 이미지와 이 사고에 대한 보도는 작품을 관통하며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그녀가 말을 걸었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 말을 듣지 않았네. 그녀는 세상을 잃어 가던 중이었네. 내가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외침에 대답하고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어떤 메아리에 불과할 테지만) 우리 자신이 또 그 외침을 듣는 우주의 이 한 부분을 두고 하는 말이네. 그녀에게는 세상이 점차 소리를 잃어 가다가 끝내 그녀의 세상이 되길 멈춰 버렸네. 그녀는 완전히 자기 자신 속에, 자신의 고통 속에 갇혀 버렸지. 타인이 겪는 고통을 보고, 자신의 그런 자폐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천만에. 타인의 고통은 이미 더는 그녀의 것이 아닌, 그녀가 잃어버린 세상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네.-작품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오로지 혼자만의 몫으로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그러기에 쿤데라가 ‘호모 센티멘탈리스’라고 명명한 현대인들은 이렇게 세상의 수많은 얼굴들 속에 둘러싸여 갇혀 버린 고독한 존재들이다.

 

 

작품 속 인물과 작가의 만남, 소설 안팎의 경계를 무너뜨린 대담한 서술

 

세상과 단절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쿤데라는 아베나리우스 교수라는 인물을 통해 한 가지 해답을 제시한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자신하는 어떤 세계의 중요성”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 세계에서 우리 웃음의 어떤 메아리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아예 그 세계를 통째로 유희 대상으로, 하나의 장난감으로 삼아 버리는” 것이다.

 

아베나리우스 교수는 해가 질 무렵이면 재킷 속에 부엌칼을 감추고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주차된 차들의 타이어를 하나씩 칼로 찔러 버린다. 어느 날 저녁, 언제나처럼 칼을 품고 거리로 나선 아베나리우스 교수는 실수로 손에 칼을 든 채 다음 목표 차량으로 접근하고, 이를 목격한 한 여성은 그를 치한으로 오해하여 비명을 지른다. 사람들이 모여 들고 아베나리우스는 강간범으로 체포된다. 하지만 아베나리우스는 끝끝내 자신이 칼을 지니고 있던 진짜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그러기에 소통할 수 없는 세상을 향한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몸짓이다.

아베나리우스 교수는 쿤데라의 오랜 친구로서 작품 속에 등장한다. 이들은 만나서 함께 음식을 먹거나 술잔을 기울이고, 그들이 등장하는 소설인 『불멸』을 비롯하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삶은 다른 곳에』 등 쿤데라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등장인물 아녜스, 폴, 로라는 쿤데라, 즉 저자의 시각으로 서술되고 해석되며 괴테, 헤밍웨이, 베토벤, 나폴레옹, 베티나 등 불멸하는 역사적 존재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리고 철저하게 “에피소드적”으로 등장하는 루벤스라는 인물과 고속도로에 몸을 웅크린 여인이 의미심장하게 배치되기도 한다.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매혹한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이 소설, 『불멸』을 통해 쿤데라는 작품 속 인물과 작가 자신을 맞닥뜨리며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담한 서술을 시도했다. 이는 작품 그 자체에 독특함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쿤데라 자신의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직접 그만의 철학과 소설관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차례

 

1부 얼굴

2부 불멸

3부 투쟁

4부 호모 센티멘탈리스

5부 우연

6부 문자반

7부 축복

 

역자 소개  


옮긴이 김병욱

프랑스 사부아 대학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느림』,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 에드위 플레넬의 『정복자의 시선』 등이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작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원제 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밀란 쿤데라 | 옮김 이재룡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12월 5일 | ISBN 978-89-374-8406-3

패키지 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512쪽 | 가격 16,000원















역사의 상처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 보지 못한 현대인, 

그들의 삶과 사랑에 바치는 소설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작품 속에서

 

■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토마시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테레자는 고향을 떠나 그의 집에 머문다. 테레자는 토마시를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지한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던 토마시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난다. 스스로가 ‘에로틱한 우정’이라고 이름 붙인 그 ‘가벼움’을 토마시는 버릴 수가 없다. 소련의 침공으로 체코가 자유를 잃은 후, 두 사람은 함께 스위스로 넘어간다. 체코를 벗어나면 토마시의 연인들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테레자는, 그 믿음을 잃은 후 홀로 국경을 넘어 프라하로 돌아간다. 질투와 미움이 뒤섞인 두 사람의 삶은 그렇게 점차 무게를 더해 간다.

한편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는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조국과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밥을 먹어도, 그림을 그려도, 거리를 걸어도 자신에겐 ‘조국을 잃은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그녀는 견딜 수 없다. 사비나는 체코에서 멀리, 할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떠난다. 학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그런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되고, 그는 보이지 않는 사비나의 흔적을 좇듯 역사의 흐름에 몸을 던진다.

1968년 프라하의 봄,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 네 남녀의 사랑은, 오늘날 ‘참을 수 없는’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며 방황하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20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한 사람의 인생이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소한 우연이든 의미심장한 우연이든, 우리는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쿤데라는 베토벤의 곡을 빌어 해답을 찾고자 한다.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는 이 소설의 배경에는 1960년대 체코와 19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 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지금은 멀어져 버렸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작가의 근원은 체코에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쿤데라는 그의 최근 에세이 『커튼』을 통해 사회 운동, 전쟁, 혁명과 반혁명,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가 그려야 할 대상, 고발하고 해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며 소설가를 매혹하는 역사란, 오직 “인간 실존에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역사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의 역사는 덧없으며 “예술의 지저귐은 영원할 것”이라는 쿤데라의 말처럼, 이 작품은 역사에서 태어났으되, 역사를 뛰어넘는 인간의 실존 그 자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원히 사랑받는 불멸의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어느 쪽이 옳은가. 니체의 영원한 재귀는 무거움이지만 실제요, 진실이다. 반면 우리의 삶은 단 한 번이기에 비교도 반복도 되지 않아 깃털처럼 가볍다. 질투 없이는 사랑할 수 없는 약한 테레자, 사비나의 외로운 삶. 토마시에게 테레자는 무거움이요 사비나는 가벼움이다. 일인칭이면서 전지적이요 직선이 아닌 반복서술, 그리고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이분법의 와해, 그런 메타포에서 탄생한 인물들. 쿤데라는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매끄러움과 개연성을 거부하는 실험적인 기법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아픔과 삶의 한계를 표현하고 있다. —권택영, 문학평론가

 

 

차례

 

1부 가벼움과 무거움

2부 영혼과 육체

3부 이해받지 못한 말들

4부 영혼과 육체

5부 가벼움과 무거움

6부 대장정

7부 카레닌의 미소

 

역자 소개


옮긴이 이재룡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불문학과 교수로 재징 중이다. 역서 『불확정성의 원리』, 『누더기』, 『정체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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