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기술
분야 밀란 쿤데라 전집 11
■ 쿤데라의 소설을 만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소설의 기술』에서는, 그동안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소설 쓰기를 해 온 쿤데라가 이론과 형식에서 벗어나 오로지 ‘실무자’로서 바라본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실무자의 고백일 뿐이다.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내 소설들에 내재한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이다.”(발문 중에서))
비록 본격적인 이론적 관심에 의해 씐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에세이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진중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보고자 할 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묵직한 성찰로서 다가올 것이다.
■ 쿤데라,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다
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거나 읽어 온 단어들, 이를 테면 ‘책’, ‘소설’, ‘소설가’, ‘작품’, ‘유럽’, ‘인터뷰’, ‘사상’ 등의 용어가 쿤데라 자신에게만 지니는 특별한 의미를 정리해 놓았다.
예를 들어 “사상: 작품을 사상으로 축소하려는 자들에게 느끼는 혐오감! 사람들이 ‘사상 토론’이라 부르는 것에 이끌려 들게 되었을 때 내가 갖는 공포감! 작품과 무관한 사상들에 의해 몽롱해진 시대가 내게 불러일으키는 절망감!”(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중에서) 같은 열쇠어를 통해서는 “예술을 철학이나 이론적 경향들의 한 갈래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분들을 대단히 무서워합니다. 소설은 프로이트 이전에 이미 무의식을 알았고 마르크스 이전에 이미 계급투쟁이라는 걸 알았으며 현상학자들 이전에 벌써 현상학(인간적 상황의 본질에 대한 탐구)을 실천했습니다.”라는 쿤데라의 생각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특히 쿤데라는 『소설의 기술』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등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진 리듬과 화성의 놀라운 법칙과 수학적 체계를 이야기한다. 음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전문적인 음악 수업을 받았으며, 이 영향으로 젊은 시절 문학보다 음악에 더욱 끌렸다는 쿤데라는 “소설을 구성한다는 것은 음악처럼 여러 다른 정서에 공간을 배열하는 것”이라고 한다.
쿤데라는 소설의 한 부를 음악의 박자에, 각 장을 소절에 비교하며 그의 소설들의 각 부분은 모데라토, 프레스토, 아다지오 등과 같은 음악적 지시를 띄고 있음을 밝혔다. 소설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간, 그 시간에 비례하든 정비례하든 그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간을 교묘하게 조절함으로써 작품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위대한 순간을 고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쿤데라는 이런 능력이야말로 “소설가의 가장 섬세한 기술”이라고 하였다.
쿤데라의 소설을 읽어 본 독자라면 새삼 그의 섬세함에 감탄하고 작품의 매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쿤데라에게 영감을 준 문학 거장들을 통해 배우는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과 탐구
쿤데라는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것이며 소설가란 역사가도 예언자도 아닌, 단지 “실존의 탐구자”일 뿐이라고 한다. 쿤데라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아낌없이 피력하며 “소설가란 자신의 생애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다른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말한 카프카나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 뒤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한 플로베르 등 당대의 훌륭한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 『소설의 기술』 차례
1부 세르반테스의 절하된 유산
2부 소설의 기술에 관한 대담
3부 『몽유병자들』에 관한 단상들
4부 예술의 구성에 관한 대담
5부 저 뒤쪽 어디에
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
7부 예루살렘 연설: 소설과 유럽
■ 역자 소개
옮긴이 권오룡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저서 『존재의 변명』, 『애매성의 옹호』와 역서 『언어와 이데올
로기』(공역), 『메인스트림』이 있다. 현재 한국교원대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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