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전집 완간 기념 강연 후기 _ 김병욱 (번역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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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전집 완간 기념 강연 후기 _ 김병욱 (번역가, 교수)

문학, 키치와 싸우다.

 

 

한양대·민음사 융합 독서 아카데미 2학기 그 첫 강연이 어제 시작되었습니다. 

밀란 쿤데라 전집 완간 기념으로 그 첫 시간은 김병욱 교수님과 함께 쿤데라의 『불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쿤데라의 문학이 다루는 삶과 인간 내면의 성찰, 키치에 대한 심도있는 논평을 가진 시간에 대한 후기, 지금 만나보세요!

 



 

김병욱 교수님은 강의를 들어가면서 쿤데라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첫째, 개인이라는 말.

둘째, 역사(역사의 종말) 

셋째, 키치 

 

이 세가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 가지씩 그 이유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쿤데라에게 소설은 '개인'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었고, 소설은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비춰주는 등불 같은 것으로서) '개인의 죽음'과 더불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강의는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 근대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개인이라는 것이 근대에 들어와서 만들어졌고, 이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서, '망각된 존재'를 탐험하는 위대한 서사 형식으로서 소설이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소설이란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존재를 망각으로부터 보호하는 등불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를 밝혀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는군요.

 

그런 개인으로 사는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통념이고 키치라고 설명을 하면서 그런 통념과 키치와의 싸움을 바로 소설이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설의 존재 이유를 쿤데라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설의 존재 이유는 오직 소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설만이 밝혀줄 수 있는 실존의 면면을 발견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말입니다.

 

 

쿤데라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개념, 바로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습니다.

설명은 근대의 성삼위일체로 시작되는데요.

개인, 역사, 이성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국가, 제도, 이데올로기의 '동질화'가 이루어진 시대가 바로 근대라고 합니다.

역사의 발전을 믿고, 개인이 주축이 되어 이성에 안내를 받는 것이 바로 성삼위일체이며 이 세가지는 한 몸과 같이 이 근대를 이끌었다고 설명합니다.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 속에서 이 내용을 한번 찾아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쓰면서, 나는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서 물러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즉 '인간이 세계의 주인이자 소유자'라는 명제의 운명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여러 가지 기적을 이룬 인간은 문득 자신이 아무것도 소유한 게 없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결코 자연의 주인도 아니요 (자연은 점차 지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역사의 주인도 아니요(역사는 그에게서 벗어나 버렸죠.), 자기 자신의 주인조차 아니라는 것(그는 영혼의 불합리한 힘에 의해 조종됩니다.)을 말입니다. 신이 떠나버렸고 인간도 더는 주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주인인가요? 지구는 어떤 주인도 없이 공허 속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요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개인은 사라지고 무게도 나가지 않는 이미지로 살고 있다고 쿤데라의 말을 빌어 교수님은 설명하셨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말입니다. 도대체 왜 제목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까 궁금증을 품었던 독자에게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쿤데라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키치'입니다.

매 강연마다 키치를 빼놓고 설명한 적이 없는데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서는 키치는 수용하는, 그리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어울어져 그 속에서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보여주는 반면, 『불멸』을 통해서는 키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럼 키치란 무엇일까요?

'키치 스타일'하면 흔히 진품(명품)을 흉내낸 저급한 스테일의 오브제(문화), 싸구려 예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쿤데라에게 키치는 철학적, 인류학적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키치는 실존의 한 범주로 "우리의 현실을 보다 나은 세계(찬란한 미래/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꿈으로 대체하려는, 매력적이고 뿌리 뽑을 수 없는 인간 능력의 표현이라고 정의합니다.

쿤데라는 키치를 '존재와 분리될 수 없는 현상'으로 보고, 어떤 한정된 역사적 시기하고만 결부된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에 대한 절대적 동의"('갈등 없는 세계'에 대한 맹목적, 무조건적 집착)의 미학적 표현으로 봅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이데올로기나 이마골로지가 그렇게 보이게 하려고 하는 세계가 바로 키치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우리 삶의 방식이 키치라는 명제를 설명하는 예로 남성연대 대표의 자살사건, 포토샵 등을 들어주셨는데요.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는 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불멸』이라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개인이, 키치가, 우리의 이미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말씀해주셨는데요.

지금 설명드린 내용을 토대로 책을 읽어보시면 더 많은 것을 읽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이미지 시대를 살면서 키치를 거스르는 인물을 옆에 두고 살면서 개인을 돌아봐야 한다고 마무리하면서 강의를 끝마치셨습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교수님의 강의를 2시간여 동안 경청하면 들어주셨는데요.

 

쿤데라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의 학구열을 뜨겁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독자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시간은 풍월당에서 '쿤데라의 문학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자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